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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뉴스의 혁신』 서평: 모두가 알고 싶은 디지털 미디어의 성공 비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번역서 『디지털 뉴스의 혁신(Innovators in Digital News)』 서평 한 편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저와 아내가 함께 번역한 첫 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서평은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님이 써 주셨습니다.

전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했습니다.
원본은 <신문과방송> 2016년 4월호 82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평-번역총서 ‘디지털 뉴스의 혁신’

모두가 알고 싶은 디지털 미디어의 성공 비밀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KIH

지난 2월 중순 미국의 한 온라인 경제 매체가 내놓은 뉴스 앱이 화제가 됐다. 주요 기사들이 죽 나열돼 있 는 여느 앱과는 전혀 다른 인터페이스 때문이었다. 앱을 열자마자 텅 빈 창에 인사말이 뜬다. 그런데 그 인사말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 새 앱을 사용해줘서 고맙다. 이건 뉴스에 대한 대화다. 일종의 문자 같은 것”이란 메시지가 올라온다. 그런 다음엔 하나하나 뉴스를 소개하는 문자가 계속 이어진다. 잠깐만 넋을 놓으면 그 언론사에 근무하는 누군가와 채팅을 하고 있단 착각이 들 정도로 깔끔했다.쿼츠의 비밀 “독자의 시간을 존중하라”

쿼츠의 비밀 “독자의 시간을 존중하라”

그동안 독자들이 뉴스 앱에 대해 갖고 있던 기본 상식을 완전히 깬 파격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앱은 본 적이 없다”는 감탄을 안겨준 곳은 미국 경제 전문 사이트 쿼츠(Quartz)였다. 2012년 9월 미국 애틀랜틱미디어의 자회사로 출범할 때부터 혁신적인 매체로 명성이 자자했던 사이트였다. 그 무렵 때마침 루시 큉이 쓴 ‘디지털 뉴스의 혁신(한운희·나윤희 옮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읽고 있었다. 덕분에 파괴적일 정도로 혁신적이었던 쿼츠의 뉴스 앱에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쿼츠는 출범하자마자 정갈한 기사와 깔끔한 차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철저하게 모바일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에 초점을 맞춘 전략 역시 꽤 유명했다. 그 정도 배경지식만 갖고 있던 내게 이 책이 전해주는 쿼츠 이야기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창업자인 케빈 덜레이니가 쿼츠를 처음 만들 때 잡았던 방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들은 “이코노미스트를 2012년에 발간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런 질문을 던진 쿼츠가 ‘디지털 온리, 모바일 퍼스트’ 경제전문 사이트로 첫발을 내디딘 건 자연스런 행보였다. 영리하고 젊지만, 직장에서는 지루해하는 사람들(SYBAW, smart, young and bored at work)을 집중 공략하되 푸시 전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도 당연해 보였다. SYBAW는 “중요한 뉴스라면 언젠간 날 찾아올 것”이란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홈페이지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개별 기사를 널리 퍼뜨리는 데 초점을 맞춘 뉴스 유통에 공을 들인 것도 ‘이코노미스트의 2012년판’이란 물음에 대한 자연스러운 답변이었다. 출범 당시의 문제의식은 기사 쓰기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갔다. 쿼츠의 기사는 아주 짧거나 아주 긴 두 가지 유형으로 구성돼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통하는 기사는 짧고 초점이 명확하거나, 깊이 있는 분석력이 뒷받침된 긴 스토리로 양극화된다는 덜레이니의 일관된 신념이 그대로 반영된 전략이었다. 그래서 쿼츠는 데스존(death zone)이라 부르는 500~800단어 사이의 어정쩡한 기사는 절대 피해야 할 형식으로 꼽고 있다. 공유하기엔 길고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된 고급 정보를 제공하기엔 짧기 때문이다.

쿼츠의 이런 문제의식은 모바일 플랫폼에선 무조건 짧아야 한다는 기존 통념에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카드뉴스처럼 요점을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것이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이란 생각과도 상반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모바일 플랫폼을 너무 단선적으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 저술 과정에서 저자가 인터뷰한 한 쿼츠 구성원이 지적한 것처럼 모바일 시대에 중요한 덕목은“필요한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 것”(77쪽)이기 때문이다. 쿼츠는 아예 “독자들의 시간을 존중하라”는 신조를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있다. 이런 신조가 쿼츠를 명품 매체로 만든 비결이라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을 것 같다. 무슨 얘기인가? 쿼츠의 진짜 경쟁력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잘 이용하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부담 없이 잘 읽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에 젖줄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신생과 전통 언론사 모두 소개

쿼츠가 차트빌더(Chartbuilder)란 도구를 만든 것 역시 모바일 시대 독자들의 취향과 독서 방법을 잘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쿼츠는 또 루시 큉이 ‘디지털 뉴스의 혁신’을 출간하고 난 뒤인 지난해 하반기에 아틀라스(atlas.qz.com)란 차트 전문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텍스트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차트 하나 잘 그려 넣으면 간략한 기사에 훨씬 더 풍부한 정보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쿼츠가 ‘깔끔하고 정갈하면서도 속 깊은’ 느낌을 주는 건 이런 전략 덕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혁신이란 거창한 테크놀로지보다는 독자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옵세션’이라 불리는 특정 키워드 중심 콘텐츠 전략은‘출입처’라는 20세기 시스템의 우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기성 미디어 관계자들이 쿼츠에서 배워봄직한 또 다른 혁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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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뉴스의 혁신’이란 거창한 제목의 책 속에 쿼츠 얘기만 담겨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독자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세심한 목차 구성은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저자인 루시 큉은 기성 신문사와 디지털 공간에만 젖줄을 대고 있는 신생 언론사를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여러 층위를 포괄하고 있다. 전통과 혁신을 접목하면서 ‘낡은 집 고치기’를 한 곳(뉴욕타임스, 가디언)이 있는가 하면, 쿼츠처럼 아예 광활한 대지에서 ‘새 집 짓기’를 한 곳도 있다. 공유할 만한 재미있는 글이나 영상으로 이용자들을 모은 뒤 진지한 저널리즘 사이트로 변신하고 있는 곳(버즈피드)이 있는가 하면, 몰락해가던 전통 잡지에서 화려하게 변신한 뒤 동영상이란 특화된 영역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는 곳(바이스미디어)도 있다. 사실상 각 분야 대표 주자라고 할 만한 언론사를 적절하게 포함하고 있단 얘기다. 덕분에 독자들은 관심가는, 혹은 현재 처한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사례를 골라서 읽으면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저자의 적절한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이 책 서두에 크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다.

• 왜 몇몇 디지털 조직은 다른 곳에 비해 성공적인가.
• 이 조직들의 내부는 어떤 상태인가.
• 성공한 조직이 업무를 대하는 방법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하지만 독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을 것같다. 이 책에 나오는 언론사의 성공 비결은 시도해볼 만한 것인가란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성공한 조직의 공통 요소를 잘 정제해 다른 뉴스 조직에 이식하는 것이 가능한가”(9쪽)란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여러 요소 중 한두 가지라도 이식할 만한 것이 있을까란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 같다.

5개사의 공통분모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디지털 뉴스의 혁신’은 혁신이란 쉽지 않은 일을 해낸 5개 언론사의 성공 비결을 꼼꼼하게 분석해주고 있다. 앞서 소개한 쿼츠 못지않게 혁신적인 미디어인 바이스 역시 정확한 타깃과 분명한 목적의식이 성공 비결이다. 바이스는 “자기들이 관심을 가진 주제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자기들의 언어로 직접 제작”(132쪽)한다. 그러다보니 바이스의 코드는 ‘몰입(immersion) 저널리즘’과 ‘곤조(gonzo) 저널리즘’이다. 곤조란 객관 보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주관적 개입을 강조하는 저널리즘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스미디어는 ‘중년이 중년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이나 젊은 특파원이 50세 이상의 누군가가 쓴 글을 읽어주는 방식은 경멸한다. 자신들이 찾은 스토리를 자신의 젊은 언어로 소개한다. 그런 만큼 바이스는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18~34세 이용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고 있다. 바이스 미디어의 성공을 이끈 셰인 스미스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혁신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에겐 깊은 울림을 줄 것 같다. 그는 업계의 오랜 경력자를 채용한 변화 시도가 필패할 것이란 지적을 한 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직 자체를 뜯어내야 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하고, TV나 광고, 영화 쪽에서 전혀 일한 경험이 없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며 학교에서 갓 졸업한 사람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125쪽)

쿼츠와 바이스의 혁신이 새 집 짓기였다면 가디언과 뉴욕타임스는 헌 집 고치기란 또 다른 혁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둘은 전통 종이매체란 공통분모로 묶기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스콧 트러스트란 비영리재단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가디언이 뉴욕타임스에 비해선 좀 더 공공 매체 성격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권위를 자랑하는 종이신문의 비중을 줄이면서 디지털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해내야만 한다. 또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자처하는 것이나, 먼저 시도한 뒤 먼저 실패한 경험을 한 덕분에 다른 경쟁 매체들에 비해 디지털 문화에 대해 적지 않은 자양분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이들의 장점이다. 저널리즘 못지않게 테크놀로지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점 역시 닮은 부분이다. 물론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은 뉴욕과 런던만큼이나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통 매체와 순수 디지털 매체로 구분해놓고 보면 둘의 차이가 그다지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의 반대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버즈피드다. 지루한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활력소가 되겠다는 초기의 방향성 때문에 흔히 버즈피드는 진지한 미디어와는 거리가 먼 기업이란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버즈피드는 리스티클이나 만드는 커뮤니티 지향 기업이 아니다. 최근 들어선 오히려 진지한 저널리즘 쪽에도 많은 투자를 하면서 영역을 키워나가고 있다. 버즈피드의 진짜 장점은 미디어 회사이기 이전에 뛰어난 기술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뛰어난 분석력을 갖고 있는 버즈피드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매사를 처리한다. 이를테면 그들이 슬라이드 쇼보다 리스티클을 더 선호하는 것 역시 과학적 분석의 결과물이다. 계속 클릭해야 하는 슬라이드 쇼보다는 넘겨가면서 볼 수 있는 리스티클이 모바일 플랫폼에선 훨씬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루시 큉은 버즈피드가 “약속은 적게 하고 실천은 크게 한다”고 진단한다. 이런 전략의 밑바탕에는 “사람들이 들이는 시간에 걸맞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108쪽)는 강한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뉴스의 혁신’은 혁신이란 쉽지 않은
일을 해낸 5개 언론사의 성공 비결을 꼼꼼하게 분석해주고 있다.
저자는 그 비결을 분명한 목적의식과 탁월한 실행력,
그리고 뛰어난 리더십으로 요약하고 있다.

언뜻 보면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기업을 공통분모 위에 올려놓는 게 애매해보일 수도 있다. 이들로부터 동일한 성공 비결을 끌어내려는 것이 부질없는 시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거나, 전통 영역에서 변화의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그 비결을 분명한 목적의식과 탁월한 실행력, 그리고 뛰어난 리더십으로 요약하고 있다. “엄청난 파도가 몰려오기 몇 분 전에 서핑을 시작했다”며 겸손한 척하는 버즈피드의 성공 역시 젊은 층에게 재미를 주고, 정확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선도적으로 공급한다는 문제의식을 빼놓고는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디지털 뉴스와 혁신을 다룬 책은 적지 않다. 2년전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가 소개된 이후 비슷한 고민을 담은 수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많은 책들 중에서 ‘디지털 뉴스의 혁신’을 돋보이게 하는 미덕은 뭘까? 난 크게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을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뉴욕타임스, 가디언 같은 전통 매체에다 쿼츠, 버즈피드 같은 잘 나가는 신생 매체, 그리고 요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인 동영상 전문 매체 바이스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꽉 짜인 팀워크를 갖출 수 있었다. 여기에다 1차 자료(인터뷰)와 2차 자료(각종 문헌)를 적절하게 결합했다. 이 책이 읽을 만하다면, 그건 그만큼 입체적으로 접근한 덕분이다. 저자가 연구 대상 언론사들에게 성급하게 ‘성공’의 월계관을 씌우지 않는 건 이런 연구방법론 덕분인지도 모른다.

파괴적 혁신의 안내서

‘디지털 전도사’를 자처하는 건 생각만큼 어렵진 않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직접 실천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자그마한 것 하나를 바꾸기 위해서도 조직 안팎의 저항과 맞서 싸워야 한다. 혁신이란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타성과 끊임없이 대결하는 가운데 완성되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5개 미디어 기업들은 그 쉽지 않은 작업을 수행한, 혹은 지금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김수영 시인의 시구절을 살짝 비틀어 표현하자면 “혁신은 안 되고 방만 바꾸어 버렸을지라도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이유 없이 풍성할” 수 있는 건 파괴적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뉴스의 혁신’은 그 파괴적 혁신의 현장으로 인도해주는 알찬 책이다.

* 이 책은 다음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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