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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밍 도구로서 숫자 – (1) 통계

보통 사람은 숫자로 된 정보를 두려워합니다. 숫자 정보를 잘 다루는 사람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전략적으로 더 애용합니다. 자연현상이든 사회현상이든, 특정 현상을 숫자로 옮겨 놓은 자료는 왠지 신성해 보입니다. 절대로 거짓이 없을 것 같은 초(超)객관적인 자료로 보입니다. 이게 바로 숫자 정보, 특히 가장 대표주자인 ‘통계’가 가진 양날의 검입니다.

완결된 형태의 통계자료가 만들어지려면 일반적으로 ‘현상 관찰원자료(raw data) 수집원자료 분석 및 가공가공한 자료 해석결과 도출 및 검증’의 과정을 거칩니다. 각 단계는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합의하고 검증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됩니다. 더욱이 요즘은 이 모든 과정을 컴퓨터를 통해 진행합니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모든 통계자료에 ‘객관성’이 확보된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각 단계에서 이용하는 방법이 객관성을 지니더라도, 그 방법을 이용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데 있습니다. 사람은 목적과 의도, 즉 주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주관성의 개입은 통계가 만들어지는 첫 단계부터 시작합니다. 내가 어떤 현상을 관찰할지 선택하는 것부터가 의도와 목적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설사 의도와 목적에 맞춰 원자료를 수집하지 않았더라도, 원자료 중에서 필요한 자료를 골라내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의도와 목적의 개입은 여전히 일어납니다. 어떤 값을 선택하고 버려야 할지는 철저하게 원자료를 다루는 사람의 몫입니다. 어떤 값 덕분에 해당 현상에 대해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더라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원치 않는다면, 과감하게 버릴 수도 있습니다. 자료를 가공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자료를 가공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중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확률이 높은 방법을 당사자가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공을 마친 자료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 이르면 주관성 개입 여지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습니다. 긴 시간과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일정 수준의 결과를 얻었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 결과를 중요한 내용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뭔가 새롭길 원하고, 남들과 다르길 바랍니다. 그래서 새로움과 독창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결과만 예쁘게 포장하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눈앞에 다양한 풍경이 펼쳐져 있지만, 유독 특정 풍경만 볼 수 있게 한 부분만 창문을 열어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본래 의도하고 목적한 대로 화려한 통계자료를 보여주고, 그 자료에 맞춰 해석을 해 나갑니다. 물론, 통계자료를 보는 사람들도 그것을 대하는 순간, 그 통계 자료가 말하는 세계에 갇혀, 그 안에서만 해석하게 됩니다. 이런 것을 일컬어 ‘프레이밍(framing)한다’고 표현합니다. 통계자료는 아주 강력한 프레이밍 도구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숫자 앞에서 긴장하기 쉽고, 숫자로 된 것은 모두 객관적인 것으로 볼 확률이 높습니다. 누군가 통계자료를 먼저 들이밀고 자기주장을 할 때면, 보는 이는 생각보다 쉽게 자기 주관을 잃어버리고 주어진 통계자료 안에서 모든 생각을 진행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통계자료가 포함된 주장을 대할 땐, 더 날카롭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사람이 과연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서 이 통계자료를 이용할까?’ 고민하며 바라본다면, 매혹적인 통계자료로 위장한 상대의 전략 앞에 자신을 쉽게 내어주는 불상사는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통계를 날카롭게 볼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데 도움되는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한 권은 아주 고전적인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작년에 나온 최신 서적입니다.

1. How to Lie with Statistics

  • 제목: How to Lie with Statistics
  • 저자: Darrell Huff
  • 판매처: 아마존닷컴

초판이 1954년에 나온 아주 고전적인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만큼 통계가 숨기고 싶은 어둠에 대해 간결하고 쉽게 설명한 책은 없습니다. ‘통계로 사기 치는 방법’이라는 제목답게, 저자는 통계가 특정 의도와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물론, 이것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런 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친절히 안내해 줍니다. 다행히 우리말 번역서 <새빨간 거짓말, 통계>도 있으니, 통계의 진실을 알고픈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2. Numbers Rule Your World

  • 제목: Numbers Rule Your World: The Hidden Influence of Probabilities and Statistics on Everything You Do
  • 저자: Kaiser Fung
  • 판매처: 아마존닷컴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인포그래픽(infographic)이란 단어가 부쩍 많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비주얼이 강한 시대가 되다 보니, 이야기를 시각화해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인포그래픽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의 기본 형태는 통계입니다. 통계에 대한 이해가 강하면 강할수록 현란한 인포그래픽 이면에 감춰진 속임수에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책은 통계가 오늘날 우리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다양한 실례를 들어서 보여줍니다. 더불어 통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신을 어떻게 차려야 할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줍니다. 2010년에 출간된 책이므로 비교적 최신 사례로 구성되었고, 요구하는 통계 지식은 중학교 수학 수준입니다. 이 책의 번역서는 올해 2월경 출간 예정이라고 합니다.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라는 제목으로 우리말 번역서가 출간되었습니다(2011. 3. 3. 수정). ▩

 


[참고]

1. 각 책 표지 그림은 해당 책의 ‘판매처’에 있는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2. 트위터를 통해 <How to Lie with Statistics> 번역서를 소개해 주신 @taiot님께 감사합니다.

3. <Numbers Rule Your World>의 저자는 동일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해당 책의 내용과 관련 있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는 곳이니 구독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4. 타임북스 트위터 담당자님의 멘션에 의하면 <Numbers Rule Your World>가 설 연휴 지나고서 번역서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염두에 두시면 도움될 듯합니다. 번역서가 출간되었습니다(2011. 3. 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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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타임북스, 타임북스, 김경중, 서울 사는 김서방, Bahk某 and others. Bahk某 said: RT @akaiving: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뉴스나 정보에서 자주 접하는 통계자료들, 그 이면에는 어떤 전략이 숨어 있고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요? 약간 도움이 되는 글과 책 두 권을 소개해 봤습니다. http://goo.gl/T3JC8 […]

  2. […] 보여주는 그래프를 날카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프 역시 이전에 살펴봤던 통계와 같이 강력한 프레이밍 도구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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